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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중문과 A교수는 요즘 오랜만에 '가르치는 재미'에 빠져 있다. 학교가 올 들어 1학년 학생들을 학부(學部) 대신 학과(學科) 단위로 뽑은 다음부터다. 이 교수는 "그전에는 일부 과 학생들이 사서삼경이 뭔지 모를 정도로 기초가 없었지만 지금은 고문(古文)과 중국어를 1학년 때부터 공부하기 때문에 확실하게 면학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학부제를 시행해 왔던 대학들이 속속 학과제로 복귀하고 있다. 지난해 입시부터 연세대와 한국외대·건국대가, 올해 입시부터 덕성여대가 학과별 모집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학교에선 학과제 복귀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하다.
◆"소속감 없어지고 학과 서열화 가속"
학부제란 광역 단위로 입학한 학생들이 학부 소속으로 1~2년 학교를 다닌 다음 세부 전공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1995년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안'에서부터 추진돼 1990년대 말부터 각 대학이 채택한 제도다. 학과 서열화와 입시 경쟁을 막겠다는 명분이었지만 대학으로선 '두뇌한국(BK) 21'사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기에 유리하다는 속사정도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학부제의 한계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학부제를 실시 중인 고려대의 B교수는 "학생들의 소속감이 거의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선·후배는 물론 동기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 때문에 개인주의가 심해졌다는 것이다. 학부에 소속된 대학 1년생들이 '고교 4년생'이라 불리기도 했다.
건국대 C교수는 "더 큰 문제는 전공과 학문의 연속성 자체가 희미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취업이 현실적인 목표가 된 1~2학년생들은 학문에 뜻을 두고 학과를 지원하기보다는 '취업 잘되는 곳'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주요 대학들이 학과제로 복귀하는 현상에는 이 같은 '학부제 실험'이 상당 부분 실패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교수들 전공 지키려는 싸움 아닌지"
그러나 학과제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만은 아니다. 서울대는 올해 입시부터 단계적으로 학과제 모집을 다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지난 2월 논의 중단을 선언했다. 서울대는 "대학가에 '학부제 폐기, 학과제 부활'이란 잘못된 인식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서울대 경영대의 D교수는 "힘이 있고 학생들이 많이 지망하는 학과일수록 학부제를, 군소 학과일수록 살아남기 위해 학과제를 선호한다"며 "최근 들어 학교 내의 무게중심이 전자 쪽으로 옮겨갔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에서는 학과제 전환 논의 과정에서 그동안 학부제 체제에서의 '수혜 학과'와 '피해 학과'들 사이의 의견 대립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제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해 정원이 늘어났던 학과가 '학부제 이전이 아니라 이후 정원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별 학문 사이의 벽을 넘는 통섭적인 교육 등 학부제 고유의 장점이 이 과정에서 자칫 경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대 4학년 김모(25)씨는 "학부제는 1학년 때 충분히 교양을 쌓으면서 진로를 모색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며 "학과제 전환 논의가 학생 입장보다는 교수님들의 '전공 지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 고려대학교 입학사정관과정 제2기 동기생모임
글쓴이 : 최원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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